성범죄 사건,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 인정? 변화가 필요한 때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해 왔던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면 안 된다고 판단해 이후 성범죄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인정되는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써,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것이며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다만,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피고인보다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 의사인 범죄의 고의 또한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 기조로 인하여 성범죄 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 진술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했다.
피해자 진술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진술에 흠이 발견되는 경우 이는 곧 유죄를 의미했고,
양 당사자의 진술이 팽팽히 대립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성범죄 사건은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 추정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거나 피해자 진술에 따라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범죄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에이파트 용성호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대법원 판결 내용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약화한 것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판결의 취지는 피고인의 무죄 주장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경우 만연히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으며,
검사가 피고인의 주장을 반박하여 범죄를 입증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즉, 해당 판결은 ‘무죄추정원칙’과 ‘검사의 입증책임’이라는 형사 재판상 대원칙을 분명하게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함부로 배척되어서는 안 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관되고 모순 없는 진술로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 진술 또한 진중하게 판단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보다 전문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